정부, 전기·수소상용차 보급 힘쓰고 있지만
중·대형트럭에 적합한 대용량 충전소 부족
1회 충전 주행거리 등 차량 성능 높이고
비싼 찻값, 내연기관 차 수준으로 낮춰야

볼보 중형 전기트럭 충전 모습
볼보 중형 전기트럭 충전 모습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상용차 개발에 속도가 붙고 있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정부는 ‘제4차 친환경자동차 기본계획’을 통해 2021년을 친환경차 대중화 원년으로 지정하고 2025년까지 친환경차 중심의 산업생태계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특히 승용차보다 대기오염에 미치는 영향이 큰 상용차에 대해선 전기배터리 및 수소연료전지 등 신 모델 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신차 구매보조금을 확대해 보급대수를 늘린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신차를 개발하고 보조금을 지원한다고 해서 곧장 친환경 상용차 시대가 오는 건 아니다. 친환경 상용차의 원활한 보급을 위해선 적절한 충전 인프라 구축과 차량 성능 향상, 내연기관 수준의 찻값 실현 등의 과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대용량 충전 인프라는 선결 과제다
친환경 상용차 보급의 가장 큰 선결 과제는 충전 인프라의 확보다. 환경부 및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국내에 보급된 공용 전기차 충전기는 완속과 급속을 모두 포함해 7만 기가 조금 넘는다. 전기트럭 및 버스 운행 대수보다 많아 충전소 대수 면에서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문제는 대용량 충전소의 부재다. 현재 국내에 보급된 공용 전기차 충전기는 대부분이 승용차나 소형트럭 사양에 맞춰 제작된 탓에 배터리 용량이 높은 중·대형트럭 전기모델에는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유럽에서 양산을 시작한 다임러트럭의 대형 전기트럭 ‘e악트로스’(배터리 용량 448kWh)나 올 하반기 양산을 앞둔 볼보트럭 ‘FH 일렉트릭’(540kWh)의 경우 일반적인 급속충전기(100kW급)를 이용하면 4~5시간씩 충전해야 해 실용성이 떨어진다. 결국 중·대형 전기트럭으로 정상적인 화물운송이 가능하려면 최소 250kW급 급속충전기가 충분히 확보되어야 하며, 필요에 따라 그 이상의 초급속충전기(350kW급)가 화물운송 주요 구간에 설치돼야 한다. 

수소상용차 인프라도 갈 길이 멀다. 부지 선정이 까다롭고 구축 비용이 높아 전기차 충전소보다 보급에 어려움을 겪는 중이다. 특히 수소트럭에 적합한 대용량 충전기는 찾아보기조차 어렵다. 현재 보급된 수소충전기 대부분은 시간당 수소 25kg을 충전할 수 있는 규모로, 이를 통해 현대차 일렉시티 수소전기버스(수소용량 34kg)나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41kg)을 충전할 경우 1~2시간이 소요돼 ‘전기차 대비 빠른 충전’이라는 수소차의 장점이 무색해진다. 

업계에 따르면 수소상용차를 5~10분 만에 충전하려면 시간당 수소 200~ 300kg을 충전할 수 있는 대용량 충전소가 필요하다. 이에 국토부가 지난해부터 수소트럭 전용 충전소를 주요 물류 거점에 매년 2곳씩 구축한다고 밝혔으나 아직 완공된 곳은 한 군데도 없다.

현대 대형 수소트럭 제작 모습(
현대 대형 수소트럭 제작 모습(

 

장거리 운행 불가능한 주행성능
주행성능도 아직은 내연기관 차량에 미치지 못해 배터리와 수소연료전지의 성능 향상이 필수적이다. 특히 고정 구간에서 운용되는 버스와 달리 전국을 무대로 하는 트럭에서 문제가 더 시급하다. 

한국교통연구원의 ‘2020 화물운송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적재중량 5톤 이상 중·대형카고의 일평균 운행거리는 378.2km, 2톤 이상 5톤 미만 카고는 296.1km로 조사됐다. 장거리 운행을 주로 하는 벌크시멘트트레일러용 트랙터의 경우 일평균 565.1km를 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현재까지 개발된 친환경 트럭의 주행성능은 400km에도 미치지 못한다. 앞서 언급한 다임러트럭의 e악트로스와 볼보트럭의 FH 일렉트릭의 공식 항속거리는 각각 400km, 300km이며, 이마저도 유럽보다 주행거리 측정방식이 까다로운 국내에 수입될 경우 실도로 주행거리가 짧아질 수 있다.

전기차 대비 긴 주행거리가 장점인 수소트럭도 상황은 마찬가지. 지난해 국내 출시된 현대차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의 공식 항속거리는 400km로, 국내 중·대형카고 일평균 운행거리를 간신히 충족하는 수준이다. 업계는 친환경 트럭의 항속거리가 최소 800km를 넘겨야 실제 운송현장에서 안정적인 운용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볍고 저렴한 배터리 개발 필요
중·대형 전기트럭의 경우 비싼 배터리 가격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통상적으로 전기트럭은 동급 디젤트럭보다 2~3배 비싼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용차의 경우 적재중량이 커질수록 배터리 용량이 커지는데, 이 과정에서 배터리 가격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현재의 배터리 기술력으로 중대형 화물차의 주행거리를 800km 이상 늘리려면, 800~1,000kWh급 배터리가 탑재되어야 한다. 시장조사업체 블룸버그 NEF에 따르면, 현재 배터리 가격은 1kWh당 132달러 수준으로, 주행거리 800km를 만족시키기 위해선 배터리 가격만 1억 원이 넘어간다. 게다가 현행법상 차량 총중량이 40톤으로 제한돼 늘어난 배터리 중량만큼 화물의 적재중량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이같은 충전 인프라, 성능, 가격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친환경 트럭 및 버스의 완전한 상용화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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